[기고] 한국 청년들이 바라본 딥시크···KAIST생 반응은?
- di-Lab
- 4월 14일
- 3분 분량
글 : 권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생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거대언어모델 R1을 공개하면서 창업자 량원펑 등 핵심 개발 인력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딥시크 개발자들과 비슷한 또래인 우리나라 젊은 청년들은 그들의 기술력과 가치관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며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실행 사례를 공유하고 만들어 가고 있는 글로벌 셰이퍼스 커뮤니티(GSC)에 참여 중인 KAIST 젊은 인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그는 누구인가.’
연일 쏟아져나오는 딥시크(DeepSeek) 뉴스에서 유독 눈에 띄는 표현이 있다. 국내외 언론은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과 핵심 개발자들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참여 인력 대부분 갓 사회에 진출한 20~30대인데다 해외 유학 경험 한 번 없는 순수 국내파라고 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뒤따르는 질문은 우리 자신을 향했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중국의 공격적인 AI 육성책과 파격적인 인재 유치 노력, 일관성 있는 과학기술정책 등이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AI 실태 또한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국내 AI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AI와 일상을 함께 할 세대, 딥시크 주역들과 같은 또래인 한국의 청년들은 딥시크와 량원펑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지난 2월 15일 ‘글로벌 셰이퍼스 커뮤니티(GSC) 대전 허브’ 소속 청년들이 중국의 딥시크 개발 소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회의는 ‘21세기에 22세기의 건축을 구현한다’는 뜻으로 세워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연구소에서 열려 의미를 더했다.
참여자들은 본격적인 AI 시대를 맞아 중국의 기술 혁신을 바라보는 시각과 더불어 한국의 과학기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딥시크는 설립 2년 채 안된 신생 스타트업으로 단 140여 명의 무명 개발자만으로 세계 AI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에 대해 간담회 참석자들은 한국과 중국의 과학기술 인재 양성 방식과 지원 정책을 비교하며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한 참석자는 “중국은 국가 주도의 과학기술 인재 육성 시스템을 통해 젊은 인재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연구개발(R&D) 지원 체계가 보수적이라, 도전적인 연구보다는 안정적인 결과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한국에서도 과학기술인을 사회적 영웅으로 대우하고 존경하는 문화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와 이를 뒷받침할 국내 미디어 및 교육 시스템의 역할을 촉구했다. 작금의 '의대 열풍'을 통해 국내 과학기술 인재 수급의 위기를 체감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뛰어난 친구들이 결국 의대를 목표로 삼거나 해외로 진출했다"고 말한 한 공학도는 "국내에서 기초과학이나 첨단 기술 연구를 하는 것이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이 보여준 기업가 정신과 한국의 창업 문화에 대한 차이도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한국에서는 창업이 여전히 큰 부(富)를 얻기 위해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선택으로 여겨지는 반면, 딥시크의 사례는 과학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가진 사회적 부가가치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한 참석자는 "중국의 창업자들은 단순히 자본을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 발전이라는 비전을 내세운다. 반면 한국에서는 창업이 개인적인 경제적 성공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며 "한국에서도 단순한 연구개발을 넘어 사회적 임팩트를 고려한 창업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딥시크의 사례는 단순한 기업 성공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과학기술 비전과 맞닿아 있다. 중국은 AI 및 반도체 같은 핵심 기술을 단순히 경제 성장의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며 "국내 과학기술계부터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인식을 변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담회 말미에는 '한국 청년들이 바라는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지정학적 갈등과 맞물려 심화하는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위기 의식을 제고하면서도, 과학기술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딥시크는 단순히 기술적 성과를 이룬 것이 아니라, 개별 개발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문화를 조성했다"며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에는 창의적인 도전과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참석자는 "한국의 청년들은 도전하고 싶어도 실패를 감당할 환경이 부족하다. 창업도, 연구개발도 안정성이 우선되다 보니 새로운 혁신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과감한 투자가 청년 세대에 만연한 좌절감과 무력감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중국발(發) 딥시크 충격이 단순한 기술적 성취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비전과 이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 노력이 종합된 결과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공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이번 간담회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는 한 참석자는 “우리도 이제는 과학기술을 통해 어떻게 이 나라와 인류에 기여할 것인지 큰 틀에서 함께 논의하며 철학적 담론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속 가능한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위해 우리 청년 세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간담회의 의미를 정리했다.
출처: 대덕넷